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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약용작물을 살리자(2)자가규격제 폐지 부작용 심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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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9600
내용

 

약용작물을 살리자(2)

자가규격제 폐지 부작용 심각

판로막힌 농가, 방풍·천궁 등 재배 포기

포토뉴스

약용작물은 한약재와 가공음료 등의 원료로 주로 이용돼 판로가 제한적이어서 농가의 어려움이 크다. 서울 제기동 약령시장에서 국내산 약용작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인이 약초를 선별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약용작물 관련산업의 세계 시장규모가 2009년 240조원에서 2015년에는 28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 약용작물 재배면적은 2011년 4만3,900여농가가 1만5,086㏊를 재배해 농가 평균 0.34㏊(약 1,030평)에 불과하다. 농가당 연간 조수입도 1,300만~2,000만원 수준이다. 관련산업의 시장확대에도 불구하고 약용작물산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지직거래 미비 등 판로 취약

 약용작물은 가정용으로보다 한약재와 가공음료 등의 원료로 많이 이용돼 판로가 제한적이다. 특히 한약재의 경우 유통경로가 복잡해‘농가→한약제조업소→한약도매상→한방의료기관→소비자’로 최소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생산자와 한의업계 등을 직접 연결하는 산지직거래사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보장하고 한의업계에도 우수한 한약재를 값싸게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택 제중한의원장(동국대 외래교수·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은 “직거래사업은 생산자나 한의사 개인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나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사업초기에 예산을 투자해 직거래사업 유통체계를 구축하고 계약재배 수매자금 등을 지원해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약재 유통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는 산지직거래사업에 소극적이다. 복지부는 2011년부터 4년간 총 120억원을 투자해 한약재 직거래사업단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사업에 착수도 하지 않은 채 포기했다. 권희대 우리한약재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당초 복지부는 2011년 30억원의 예산을 편성, 한약재 직거래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다 사업비 전액을 반납해 결국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면서 “이제라도 복지부가 의지를 가지고 농협 등 생산자단체와 한의사단체를 연결해 직거래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가규격제 폐지 불똥 농가에…

 한약재 자가규격제는 농업인이 자체 생산한 한약재를 농가 단위에서 단순 가공·포장해 판매할 것을 허용키로 한 제도다. 하지만 일부 판매상이 이를 악용, 농민의 이름을 도용해 포장과정에서 수입한약재를 혼입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자 복지부는 지난해 10월1일부터 자가규격제를 전면 폐지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약재의 가공·포장은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제조업체(제약회사)만 가능하다. 문제는 국산한약재 제조업체는 전국 30여곳에 불과해 판로가 극히 제한된다는 것이다. 자가규격제 폐지 당시에도 이 문제로 논란이 많았지만 ‘원산지 위·변조 행위 차단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강행했다.

 박종혁 경북 영주농협 판매팀장은 “자가규격제 폐지 이전에는 전국 1,000여개의 산지수집상과 도매회사가 거래 대상이었는데 이제 판로가 한약재 제조회사 위주로 한정돼 자가규격제 폐지 불똥이 농가로 튀고 있다”면서 “실제 백지·방풍·천궁 등 한약재로만 이용되는 작물은 판로가 막혀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석태 약용작물전국협의회장은 “자가규격제 폐지 연착륙을 위해 원산지 위·변조 우려가 없는 주산지 농협 등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을 완화해 단순 가공·포장 판매 등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약용작물 유통의 선진화를 위해 한약재 수급조절제도를 내실화하고, 한약재 이력추적관리제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희 기자 ch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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